[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농협중앙회(회장 김병원·사진) 임원 및 이사진의 도덕적 해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농협중앙회 조직도상 최고 상단에 위치하고 있는 중앙회장부터 이사진, 또 이들을 선출하는 대의원회의까지 각종 논란을 반복적으로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은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위원장 민경신)이 제공한 자료 등을 토대로 농협중앙회 주요 인사들을 둘러싼 논란과 분쟁들을 들여다봤다.

노동조합 “농협중앙회의 수수방관 탓…당장 적절한 징계 절차 밟아야”
중앙회 “상고심서 무죄 나면 책임은?…개인 간 분쟁은 징계 대상 아냐”


먼저 수장인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벌금을 받고 항소를 진행하고 있다. 김병원 회장은 지난해 12월, 1심에서 공공단체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 중 상당 부분이 유죄로 인정돼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공공단체 위탁선거법상 당선인이 법 위반으로 징역형이나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당시 1심은 1심은 “김병원 회장은 선거운동 범행에 모두 관여해 핵심적인 의사결정을 했고, 그 결과를 누리는 주체였다"고 판단했다.

김병원 회장은 선거를 앞둔 지난 2015년 12월 최모 전 지역 조합장과 “결선투표에 누가 오르든 3위가 2위를 도와주자”고 약속하고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병원 회장과 최모 전 조합장은 결백을 주장, 항소를 한 상태다.

중앙 회장뿐만 아니라, 농협중앙회 일부 이사진들이 일으켰던 논란과 의혹도 수년간 끊이지 않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받고 있는 피감독자간음부터 선거법 위반 혐의, 지역 갈등 유발 등을 저지른 전력이 있는 인물들이 현재 농협중앙회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현직 농협중앙회 조합장 이사 A씨의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위력에 의한 추행)로 경찰 수사를 받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또 피감독자간음 혐의를 법원이 인정하고 법정 구속됐으나 여전히 농협중앙회 이사 중 한 명이다.

아직 1심 재판만 끝난 상황이고, 해당 이사가 조사과정에서 오히려 피해 주장 여성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을 정도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은 농협중앙회가 도의적 책임마저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또 다른 농협중앙회 이사 B씨는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직을 지내다 물러난 지 2주 만에 농협중앙회 사외이사가 돼 관피아(관료+마피아) 논란을 일으켰다. 아울러 피감기관으로의 재취직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지적도 번지는 형국이다.

지역 농협 조합장이자 농협중앙회 이사 C씨의 경우 사업 확장을 진행하다 지역 주민들과 마찰을 빚은 바 있다. 또 해당 지역 조합은 폐기물 불법투기를 하다 적발돼 관리 관청으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다.

D이사 역시 지역 농민단체와 첨예한 갈등을 만들었다. 해당 지역의 농민단체들은 연합단체를 만들고 “(D 이사는) 오랜 기간에 걸쳐 폭언과 보복인사 등 갑질을 행사했다”면서 “농협 정관을 비정상적으로 변경해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려고도 했다”고 주장한다.

그 외에도 횡령(선거법 위반 변호사비를 조합 비용으로 대납) 의혹과 선거법 위반 직무정지 논란이 있는 E 이사, 무자격 조합원 방치 논란 F 이사, 직원을 운전기사처럼 부리고 폭행을 행사한 G 전 대의원, 연임 관련 논란의 H 이사 등도 도덕성 결여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농협중앙회 이사직은 선출직 이사 18명과 사외이사 7명 등 총 25명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그 면면을 살펴보면 각종 사건에 연루돼 있어 농협중앙회가 스스로 높지 않은 도덕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와 관련해 협동조합노동조합 관계자는 “농협중앙회는 ‘문제가 된 이사의 해임은 대의원회의가 진행하고, 3심까지 확정판결을 기다려야 한다’고 수수방관한다”면서 “그러는 동안 이들은 모든 임기를 끝낼 수 있다. 농협중앙회는 적정한 징계를 검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농협중앙회는 위탁 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채 300명이 되지 않는 대의원들의 힘이 막강하다. 또 이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눈 감아주기’가 곳곳에서 발견된다”면서 “선거를 조합원 직선제로 바꾸든 도덕성 감사 기준을 높이든 강한 대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다만 농협중앙회는 해당 인원들의 잘못이 있다면, 수사기관인 법원이 판단할 문제이며 무죄 추정의 원칙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농협중앙회가 비판받을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개인이나 단체 간 분쟁 또는 의견차가 있는 것을 두고 징계를 할 수는 없으며, 농협중앙회도 자정을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우리 역시 논란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 누구보다 안타까워 하고 있으며 예방 및 개선을 위해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면서 “지금 당장 농협중앙회가 문제가 있다 없다를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 “만약 1심에서 징역형을 받은 임원을 농협중앙회가 나서 파면시켰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2심, 3심에서 법원이 무죄라고 판결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냐”라면서 “노동조합의 견해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준법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NH농협그룹의 막강한 힘? 정·관계 출신으로 구성된 임원 군단

정부 부처나 권력기관 출신의 고위 관료, 판·검사들이 대기업의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을 두고 “경영진 권력의 감시를 맡아야 할 임원들이 오히려 거수기 노릇을 하고, 또 다른 감시기관의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높다.

그런데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의 자료에 따르면, 농협그룹의 계열사 곳곳에도 ‘방패막이 역할’을 하기에 충분해 보이는 막강한 인물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장관 출신 인사부터 검찰, 로펌 출신 등 그 분야도 다양하다.

우선적으로 살펴볼 부분은 농림축산식품부 출신 임원들이다. 농식품부와 농협은 감독기관과 피감기관 관계인 만큼, 농식품부 출신 인사를 농협이 임원으로 영입했을 때 어느 정도 방패막이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생길 수 있다.

농협 관계사 소속의 임원 중 농식품부 1차관 출신부터 과장 출신까지 심지어 장관 출신도 있다. 그 외 중소벤처기업부, 법무법인 고문, 고등검찰청, 여신금융연구원장, 코스콤 대표, 감사원 단장, 국회의원, 대검찰청 부장, 금융연수원장, 지자체 의원 출신도 포함됐다.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관계자는 “농협과 관계된 사업들과 권력 기관 출신 임원들의 사업 연관성이 의심되는 사례들이 많다”면서 “과연 올바른 경영을 위해 영입된 임원들인지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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