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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김은경 기자] 잇단 차량 화재로 논란에 휩싸인 BMW가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 부품 결함을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부품 리콜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문제가 된 EGR과 똑같은 일련번호와 생산일이 기록된 EGR로 지난해 부품을 교체한 차량을 정작 리콜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소비자가 고객센터에 이를 항의하자 “자체적으로 안전 점검을 받으라”고 답변하는 등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소비자는 “리콜 대상이 아니니 점검을 받지 않고 차를 운행할 수도 있지만 이는 스스로 도로를 달리는 시한폭탄이 되는 셈”이라며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최근에는 EGR 부품 외에 소프트웨어나 바이패스 밸브가 문제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논란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서비스센터 “자체적으로 안전 점검 받으라” 미온적 답변
소비자 “운행 중지 대상도 아냐…불 나면 누가 책임지나”


BMW 520d 차주 A씨는 지난해 3월 차에서 연기가 나고 구동장치 이상 경고등이 켜져 구로 서비스센터에서 수리를 받았다. A씨는 당시 EGR 냉각기를 교체했는데, 최근 화재 발생으로 문제가 된 EGR과 똑같은 일련번호와 생산일이 기록된 부품임을 확인하고 자신의 차량이 리콜 대상에 포함됐는지 확인해 봤다.

하지만 A씨의 차량은 리콜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고, 본사에 문의하자 역시 리콜 대상 차량이 아니라고 안내했다. 이를 의문스럽게 여긴 A씨가 당시 수리를 받은 구로 서비스센터에 전화하자 “교체한 EGR이 리콜 대상 연도에 들어가는 건 맞지만 같은 EGR 부품도 리콜이 해당되는 제품이 있고 안 되는 제품이 있다”면서 “하지만 일련번호는 리콜 대상이 맞다”는 아리송한 답변을 내놓았다.

또 센터에서는 “교체한 EGR이 문제 소지가 있는지는 확실히 말하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A씨는 EGR을 교체한 서비스센터에서 조차 리콜 대상인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답변에 기가 막혔다.

A씨의 차량에 장착된 EGR은 2015년 8월 30일 생산 제품이다. 현재 해당 차종은 2011년 8월 31일부터 2016년 7월 12일까지 생산된 3만5115대가 리콜 대상에 포함된다.

A씨의 차량은 차량만 보면 2011년 3월에 생산된 차량으로 리콜 대상이 아니지만, 지난해 교체한 EGR은 2015년 8월 30일 생산된 제품으로 리콜 대상 연도에 포함되는 것이다. 일련번호 역시 ‘7810751-10’으로 리콜 대상에 포함돼야 했으나 포함되지 않았다.

A씨는 “내 차량이 운행 정지에 해당하지 않지만, 이런 부품을 달고 있는 걸 알면서도 운행을 하다가 화재가 발생하면 나도 죄가 있는 것 아니냐. 언제 불이 날지 몰라 가족들 태우기도 무섭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심지어 서비스센터에서는 자체적으로 안전 진단을 받아보는 방법밖에 없다며 EGR을 교체하려면 연말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리콜 대상이 아닌데도 불안감에 연말까지 차를 쓰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A씨는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피해자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나는 EGR 교체를 받았다는 사실이 생각나, 직접 일련번호와 교체한 EGR 생산년도 등을 알아서 스스로 안전진단을 할 수 있는 기회라도 생겼지만, 이를 모르는 소비자들은 리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에만 안심하고 문제가 있는 부품을 단 채 도로를 달리게 되는 것 아니냐”며 “이게 도로 위 달리는 시한폭탄이 아니면 무엇이냐”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EGR 부품 외에 소프트웨어나 바이패스 밸브가 문제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소비자협회 소송지원단은 지난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BMW 차량 화재 원인은 배출가스의 감소를 위해 주행 중에도 바이패스 밸브를 열리게 하는 위험한 전자제어장치(ECU) 세팅”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논란…소프트웨어가 문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최대 500~600℃ 배기가스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평상시에는 바이패스 밸브가 닫혀야 하는데 BMW 유로6 모델에서는 주행 중에도 열리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역시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BMW 성능 동력이 약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의도적으로 작동시킨 것 아니냐는 객관적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도 BMW 화재 사고 원인 규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정렬 국토부 2차관은 “BMW가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EGR 모듈에 국한하지 않고 원점에서 조사, 원인을 집중 규명하겠다”며 “다른 부품이나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도 결함 정밀분석, 실차 재연 실험 등 자체 검증 실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0일에는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서울 중구 퇴계로에 위치한 BMW 코리아 본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일요서울은 BMW 코리아에 수차례 연락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은경 기자  e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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