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 게이츠· 래리 페이지 재산 합보다 많아…아마존의 무한 질주 영향
- 경영 비결 고객 중심 넘어 ‘고객 집착’…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로 증명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54)가 1500억 달러, 한화로 169조2000억 원 자산을 가진 ‘현대 역사상’ 최고의 부자로 등극했다. 베조스의 자산 1500억 달러는 지난 1982년 포브스가 부자 순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 기록이자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의 자산을 합친 것보다 많다. 대부호 집안의 자산을 운용하는 크리셋 패밀리오피스의 마이클 콜 CEO는 제프 베조스의 자산에 대해 “따지기 어려운 정도로 엄청난 숫자”라고 말했다. 베조스의 돈 불리기 능력은 아마존의 무한질주와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 아마존의 영역 확장은 끝을 짐작할 수 없을 정도다.


지난해 11월 미국 매체 블룸버그 통신이 발표한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1위를 차지한 이후 선두 자리를 지켜온 베조스의 자산은 올해 들어서만 520억 달러 늘었다. 베조스의 올해 자산 증가액 520억 달러는 아시아 최고 부호인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이 가진 자산의 평가액보다 많다.

아마존을 구축하기까지

제프 베조스는 1964년 미국 뉴멕시코 주의 사막도시인 앨버커키에서 태어났다.

그의 친부모는 결혼 1년 만에 이혼했다. 아기 조겐슨은 어머니가 양육했다. 그때까지도 이름이 조겐슨이었다. 4세 되던 해에 어머니가 재혼했다. 아기 조겐슨은 어머니와 함께 양아버지 호적으로 들어갔다. 그 양아버지의 성을 따라 아기 이름도 제프 조겐슨에서 제프 베조스로 바뀌게 된다.

양아버지 베조스는 원래 쿠바 사람이다. 15세 때 쿠바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미국 뉴멕시코 주의 앨버커키 주립대를 졸업한 뒤 정유회사 엑슨모빌의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베조스는 엑손의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부모님 휘하에서 많은 지원을 받으며 학업에 전념했다.

베조스는 플로리다 마이애미의 팔머토 고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했다. 졸업식 때 학생 대표로 연설을 했다. 그 연설에서 베조스는 우주선을 만들어 화성으로 가겠다는 포부를 밝혀 화제를 모았다.

이후 그는 아이비리그의 명문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전기공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입학할 때는 물리학과로 들어갔으나 도중에 컴퓨터학과로 바꿨다. 프린스턴 시절 우주탐사 동아리의 회장을 맡았다.

졸업 후 여러 기업을 전전하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헤지펀드 회사 ‘데이비드 E 쇼 컴퍼니’에 입사했다. 이곳에서 그는 맥킨지 베조스(Mackenzie Bezos)를 만났고, 둘은 곧 결혼했다. 능력을 인정받아 입사 1년 만에 최연소 부사장 직위에 오른 베조스는 1994년 인터넷 신기술을 활용한 사업 아이템을 맡게 됐다. 이때, 인터넷 사용 인구가 1년 만에 2300배나 늘었다는 통계를 본 베조스는 인터넷 사업이 엄청난 성공을 가져다줄 것으로 판단했다.

베조스는 자신만의 사고 시스템 ‘후회 최소화 프레임워크’로 철저한 계산을 통해 퇴직을 결정했다.

창업을 위해 투자자를 찾았다. 첫 투자자는 그의 부모였다. 노후자금으로 준비해 둔 30만 달러를 아들의 사업에 과감히 투자했고, 베저스는 아마존을 창업했다.

지금은 미국 내 온라인 시장의 43%를 잠식하고 전 세계 3억 명의 유저가 이용하고 있는 세계 최대 유통업체가 된 아마존의 시작이 그저 ‘온라인 서점’이었다는 것은 유명하다.

아마존은 먼저 책이라는 컨텐츠를 다양하게 팔기 시작했다. 종이로 구성된 책뿐만 아니라 전자책과 구매한 전자책을 담아 보관하는 ‘킨들’이라는 제품도 출시했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많은 유통업계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비디오, CD 외에도 의류, 전자제품, 장난감 등을 판매해 사업 범주를 확장했다. 창업을 결심하기 직전 구상한 ‘에브리싱 스토어’(모든 제품을 파는 가게)와 유사했다.

훌륭한 고객 경험이 성공 고리

그의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인터넷 쇼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다양한 제품을 내놓는 아마존의 판매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위기 이후 연이은 성공으로 창업 당시 연 매출이 51만 달러(5억 7375만원)에 그쳤던 아마존은 2004년 기준 연매출이 약 69억 달러를 기록했다. 2015년 연매출 1000억 달러(1070억 달러)를 넘어선 후 2016년 1359억 달러, 2017년 1778억 달러의 연매출을 기록했다. 2015년 이후 해마다 매출 증가율이 25~30%에 육박했다.

올해 들어서는 그 증가세가 더욱 빨라졌다. 지난 7월 26일 발표한 아마존의 2분기 매출액은 52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9.3% 증가했다.

재미있는 것은 아마존이 이처럼 어마어마한 매출을 내고 있음에도 아주 오랫동안 ‘순이익이 없는 기업’으로 운영해 왔다는 점이다. 2013년까지 거의 ‘순이익 0’에 머물렀던 아마존은 2014년 이후 조금씩 순이익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올해 2분기에는 29억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높은 관심을 모았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75% 증가한 수치다.

아마존이 이처럼 어마어마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그에 비해 순이익이 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금액을 ‘혁신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상품 수만 2만 개에 달한다. 미국 가정의 44%가 아마존을 이용하고 있다. 창업한 지 23년이 지난 지금 아마존의 지배력은 안 닿는 곳이 없다. ‘로고’ 그대로 ‘모든 것을 파는(everythi ng store)’ 제국이다. a에서 z까지 연결하는 화살표처럼 말이다.

아마존이 제국을 건설하기까지 성장 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플라이휠(Fly Wheel) 전략’이다. 플라이휠은 동력 없이 관성만으로 회전운동을 하는 자동차 부품이다. 처음에는 엄청난 추진력이 필요하지만 한번 가속도가 붙으면 알아서 돌아간다.

베저스는 창업 초창기 임원들과의 회의에서 냅킨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① 가격을 낮춰 고객을 모은다. ② 고객이 늘면 물건을 팔려는 판매자들이 많아진다. ③ 규모가 커지면 고정비용이 낮아지고 효율성이 높아진다. ④ 효율성이 높아지면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다.

이를 본 임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창업 이후 쌓인 적자로 회사의 방향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는데 베저스가 추구하는 전략을 명확하게 이해하게 된 것이다.

플라이휠의 돌고 도는 각 단계를 이어주는 고리가 바로 고객경험이다. 고객들이 아마존의 생태계 안에 계속 머물도록 하는 것은 훌륭한 고객경험이라는 것이다. 아마존은 2005년 유료 멤버십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을 출시하면서 이 전략을 본격 실행했다.

유무형 유통 왕국 건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내에서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려면 배달 받기까지 최소 2주 이상이 걸렸다. 집 앞에 있는 대형마트를 찾아가는 게 훨씬 빠르고 간편했다.

그러나 요즘은 온라인에서 클릭 한 번으로 두 시간 만에 제품이 집으로 배달된다. 필요할 때마다 ‘빠르고 쉽게’ 제품을 받아볼 수 있으니 굳이 한 번에 많은 양을 마트에서 구매해 쌓아 둘 필요가 없어진 것.

이런 변화를 일으킨 것이 ‘아마존 프라임’이다. 아마존 프라임은 아마존이 제공하는 일종의 ‘유료 회원 서비스’다. 일정한 금액의 연간 회비를 지불하면 아마존 사이트 내에서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들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은 무려 50여 가지에 달한다. 무료 전자책이나 음악과 같은 콘텐츠를 무료로 스트리밍할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은 ‘2일 내 무료 배송 보장’이다.

아마존 프라임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것은 ‘시간’이다. 이 서비스에 가입함으로써 소비자들은 아마존 내에서 보다 다양한 제품을 가장 싼값에 구매할 수 있고 무엇보다 ‘이른 시간 안에’ 배달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 수 증가율은 눈에 띌 만큼 가파른 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4월 이 서비스의 연간 회원비를 기존 99달러에서 119달러(약 13만 원)로 20달러 올렸다. 일각에서는 회원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지만 소비자들은 이 서비스가 ‘119달러의 값어치를 충분히 한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이 서비스의 재가입률은 90%를 넘어선다.

지금 아마존에서는 의류에서부터 가구, 전자상품, 운동기구에 이르기까지 유형무형 모든 것을 판매 배달하고 있다.

베조스는 2000년에 블루 오리진이라는 우주선 회사도 차렸다. 그 우주선으로 우주 공간이나 화성 같은 다른 별까지도 배송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블루 오리진은 우주선 발사에 성공했다. 플로리다 고교 졸업식장의 연설 약속을 실제로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드론 배송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무인기로 상품을 날라 시간과 공간의 인간한계를 넘어보겠다는 것이다. 2013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높은 워싱턴포스트지를 전격 인수했다. 베조스는 신문도 일종의 정보 유통업이라고 주장해 왔다. 유통왕국을 건설하는 데 꼭 필요한 존재로 보는 것이다.

제프 베조스는 젊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이 남은 그가 어떤 형태의 4차 산업 혁명을 일으킬지 세계의 시선이 집중돼 있다.

장휘경 기자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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